요양병원으로 이직후 최근 가장큰 문제는 치매환자의 관리에 대한것입니다. 늦은밤이나 새벽이되면 잠에서 깨어 침상에서 내려오는 환자들이 꽤나 많습니다. 가정에서 돌보시는 분들 중
"밤마다 침대에서 내려오고, 돌아다니다 넘어질까 걱정된다"는 이야기도 정말 많이 듣습니다.
실제로 낙상 사고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어르신 중 많은 분이 치매를 앓고 계시며, 주로 밤 시간대에 사고가 발생하곤 합니다.
왜 치매환자들은 밤이되면 치매 증상이 심해지는지 궁금해져서 찾아보았고 정리해 보았습니다.
밤에 치매증상이 심해지는 이런 증상은 단순한 밤잠 부족이 아니라, [해질 무렵 증후군(Sundowning)]이라는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밤이 되면 더 불안해지는 치매 환자들 – 해질 무렵 증후군이란?
해질 무렵 증후군은 치매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저녁 무렵 이후 혼란, 불안, 초조, 환각, 공격성 등의 증상 악화를 말합니다.
낮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분들도, 해가 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갑자기 방을 나가려고 하거나,
불안하게 말을 반복하거나, 심지어 침대에서 내려와 계속 걸어다니는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뇌의 기능 변화와 생체리듬 이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왜 밤이 되면 증상이 심해질까?
1. 생체리듬의 혼란
치매 환자는 뇌의 생체 시계가 약해져서 낮과 밤의 구분이 잘 되지 않습니다.
해가 지면 불안해지고, 어디론가 가야 할 것 같고, 갑자기 ‘집에 가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기도 하지요.
2. 피로 누적과 혼란 증가
하루 종일 쌓인 피로가 인지 기능을 더 약화시키고, 혼란과 초조함을 키웁니다.
3. 감각 자극의 감소
어두운 방 안에서 시각과 청각 자극이 줄어들면, 뇌가 오히려 더 많은 착각이나 환각을 만들어냅니다.
4. 환경 변화에 대한 불안
특히 요양원에서는 낮 간병인과 밤 간병인이 바뀌거나, 조명이 달라지면 불안감이 커질 수 있습니다.
낙상 예방이 중요한 이유 – 몸이 다치는 것을 넘어서
밤중에 방을 나가려다 넘어지는 일이 반복되면,
고관절 골절 같은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또한 한 번 낙상이 발생하면 불안 증상이 더 심해지고, 회복도 늦어지게 됩니다.
밤마다 치매증상이 심해지는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 약물요법과 비약물적 접근
-비약물적 방법
낮에 햇빛을 충분히 쬐고 산책하기
낮잠은 짧게 (30분 이하), 오후 늦게는 자지 않기
밤에는 조명은 은은하게, 주변을 익숙하게 정돈해두기
저녁에는 자극적인 활동(티비, 큰 소리 등)을 줄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낙상 위험이 있거나, 수면 부족으로 환자와 가족 모두 힘든 상황이라면
약물 치료를 함께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약물적 치료
약물 치료는 언제 필요할까?
반복적인 낙상 위험
밤마다 불안, 망상, 초조가 너무 심할 때
보호자나 간병인의 수면 부족과 탈진이 누적될 때
이럴 땐 저용량의 항정신병 약물 또는 수면 보조제를 신중하게 사용합니다.
주로 사용되는 약물로는 Quetiapine(쿠에티아핀), Risperidone(리스페리돈) 등의 약물이 사용되며,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치매환자의 약물 치료를 꺼리는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팁
많은 보호자분들이 "약을 쓰면 중독되거나, 더 나빠지는 거 아닌가요?"라고 걱정하십니다. 또는 자신의 부모님이 약을 먹을만큼 심하지않다고 생각하거나 상황을 부정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최소 용량, 최소 기간’ 원칙에 따라
필요할 때만, 조절 가능한 수준으로 사용하며,
환자의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됨을 정확히 설명해야 합니다.
무조건 약을 쓰자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밤마다 깨어 있는 고통, 반복되는 낙상, 점점 지쳐가는 가족을 위해
약물 치료가 '마지막 방어선'이자 '도움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전달해야합니다.
예시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시 대화] 보호자 설득 상황 – 약물 치료를 고민할 때
<상황>
80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최근 밤마다 침대에서 나가려 하며 낙상 위험 증가. 보호자는 “약은 중독되고 더 나빠질까 걱정”이라며 사용을 망설이는 중.
<간호사의 설명 예시>
->“보호자분, 밤마다 아버님께서 자주 일어나서 침상에서 내려오려 하셔서 낙상 위험이 커지고 있으세요. 사실 어르신들께 이런 증상은 해질 무렵 증후군이라고 해서 치매 환자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변화예요. 저희가 권해드리는 약물은 그 증상을 잠시 완화시켜주는, 아주 소량의 도움 도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사실 약을 쓰는 것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거나, 보호자님이 지쳐버리는 상황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한 거죠. 저희도 무조건 약을 드리지 않고, 가장 안전한 용량부터 조심스럽게 시작하고, 증상의 변화 상태에 따라 조절을 하게됩니다. 그러니 중독에대한걱정이나, 앞으로 약을 절대 끊지 못할까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지금처럼 계속 밤에 일어나셔서 위험한 행동을 반복하시면, 환자분 본인의 건강도 위험하지만, 보호자님도(간병사님도) 매일 밤을 제대로 잘 수가 없으세요. 이렇게되면 낮동안 환자분을 케어 하는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더 오래 지속되면 스트레스가 커지고, 결국엔 양쪽 모두 힘들어지게 되죠. 약물치료에 대해 생각해보시고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을 해보시는건 어떨까요?”
-> “저희가 드리는 약은 중독성이나 의존성이 거의 없는 안전한 약제이며, 상태가 안정되면 반드시 감량하거나 중단하는 계획도 함께 세워드려요. 일시적인 도움이라고,그렇게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지금까지 치매환자의 야간행동 증상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치매는 ‘기억만 잃는 병’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삶을 흔들고, 밤이 되면 더 깊은 고통 속에 빠지게 합니다.
이럴 때 해질 무렵 증후군을 이해하고, 적절한 대처 방법을 아는 것만으로도
환자와 보호자 모두의 삶의 질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함께 견디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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